“변신술사인가.” “인마!” 지헌은 작작 놀리라는 의미에서 팔을 툭 때렸다. 최대한 힘을 빼서 친 거지만 혁우는 일부러 창문 쪽으로 픽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도 엄살 부리는 자신이 웃겼다. ‘초등학생 때나 했던 짓을......’ 하지만 자괴감을 다 제치고라도 얻는 재미가 있었다. “으헉!” 민지헌이 큰 죄라도 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말하기 싫다면?” “말해야 할 걸.” 지헌은 혁우보다 먼저 입을 움직였다. “알아야 입을 맞출 것 아냐.” 혁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속셈이냐는 눈빛이었다. “너 사람들한테 알리기 싫다며. 그런데 우리 처음 발견한 선배가 보통 수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냐. 같이 둘러댈 이야기 좀 지어내야겠다.” “네가 왜?” 혁우는 물었다. “네가 왜 이렇게까지 날 ...
지헌은 오른 손을 들었다. 예상 외로, 손은 멀쩡하게 잘 움직였다. 지헌은 입술에 묻은 피를 슥슥 닦았다. 더 이상 목에서 토혈이 나오지 않았다. 지헌은 비릿한 피 맛에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차혁우.” “......” “나 죽었나?” “......” “갑자기 안 아픈데.” “시끄러워.” 빛이 점점 사라져갔다. 혁우는 빛이 사라지자마자 지헌을 밀쳐버렸다...
지헌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그러나 기절할 것 같은 섬뜩한 고통 속에서도 정신줄을 붙잡았다. 기절하면 안 돼. 일반인 한 명 방어 에스퍼 한 명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쓰러지는 순간 상황이 어떻게 꼬일지 알 수 없었다. 지헌은 배를 찌른 다리를 꽉 잡고 힘을 쏟았다. 다리에서 불길이 타고 올라갔다. 지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까...
두 사람은 다급히 소리 난 쪽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괴수가 건물에 달라붙어 깨진 창문 안으로 반쯤 들어가 있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어쩌다 창문이 깨진 거지? 설마 놈이 창문을 깼나? 지헌은 당황하면서도 혁우를 불렀다. “가드!” 그러나 혁우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지헌은 울컥했으나 곧 그가 다른 곳을 보는 이유를 이해하...
앞 뒤 안 가리고 성질부터 내는 게 멍청해보였다. 혁우는 가란다고 가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 꼬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지헌과 무던하게 잘 지냈을 것이니. 혁우는 보란 듯이 의자에 앉았다. 지헌이 질색했다. “왜 이래?” “앉아서 쉴 거야.” “야!” 지헌은 빽 소리쳤다. “딴 데 가서 쉬든가 말든가 해!” “그럼 네가 가.” “다른 의자 사람 다 찼어...
겨우 찾은 잠이었지만 슬프게도 꿈자리가 사나왔다. 꿈속에서 지헌은 어린 소년이 되어 있었다. 지헌은 아빠를 부르짖으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군가 지헌 곁에 가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헌은 울면서 그의 품에 안겼다. 상대의 품은 넓고 따뜻했다. 하지만 기분 좋은 꿈은 다시 악몽으로 변했다. 이번에 지헌은 수많은 괴수들을 죽이고 있었다....
“하긴. 네가 남한테 그 정도로 관심 있는 앤 아니지.” “어째 열 받네.” 은석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는 지헌을 향해 웃었다. “열등감도 아니면 대체 왜. 질투?” “질투는 무슨.” 지헌이 코웃음 쳤다. “지금은 내가 더 잘해.” 혁우가 들었으면 똑같이 코웃음 쳤을 내용이었다. 은석은 굳이 지적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길 들었다. “기분이야 좆같긴 했었지. ...
팀장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 왜 이렇게 싸워.” 혁우는 웃고 지헌은 눈썹을 찡그렸다. 표정은 달랐으나 메시지는 같았다. ‘몰라서 물으세요?’ “팀워크는 좋은 놈들이.” “그건 제가 잘해서이고요. 얜 뒤에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데요, 뭘.” “못 들어주겠네.” 혁우가 사근사근한 말씨로 읊...
지헌은 혁우 옆을 지나치며 말했다. “제대로 가드해라.” 혁우가 미소 지었다. “뛰기나 해.” 지헌은 독에 감염된 괴수 무더기를 발견했다. 선배의 능력이었다. 지헌은 금방이라도 깨어나 공격할 것 같은 괴수를 마주함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무더기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 잠시 후, 거대한 불꽃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방송은 실시간으로 불타는 ...
혁우는 유투버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가장 옆에 있는 건물로 데려갔다. 마치 영화에서 남주인공이 연인을 에스코트하는 동작 같은 모습에 지헌은 혼잣말을 했다. “얼빠진 놈.” 혁우는 바로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그는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지헌을 보고 입매를 일자 형으로 바꿨다. 생글생글 웃던 다정한 미남이 순식간에 인상이 바뀌었다. 혁우는 고글을 쓰며 말을 ...
괴수는 거미를 닮았다. 8개 다리를 가진 괴수는 빠르게 도시 한복판에 진입했다. 괴수가 서울을 들쑤시고 있다는 긴급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일제히 블라인드를 닫거나 불까지 껐다. 밤새도록 환한 대도시, 서울이 침묵하는 순간이었다. 조용해진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켰다. 헬기로 생중계하는 뉴스에선 괴수 몇 마리가 누비는 모습을 보여줬다. 몇몇 사람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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