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손가락이 물린 은서의 눈썹이 구겨졌다. 그는 급히 손가락을 빼더니 내 턱을 가볍게 때렸다. “더럽게.” “푸하하, 까불지 마. 그러니까.” 은서 놈이 내 질색하는 모습을 즐거워하듯이, 나 역시 녀석의 당황해하는 얼굴을 좋아한다. 나 놀릴 생각밖에 없는 능구렁이가 역으로 흔들리는 표정을 지을 땐 꽤 짜릿하니까. 어이없어하던 은서는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봄이 왔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던 겨울바람이 한 풀 꺾이고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났다. 산수유는 물론이거니와, 목련꽃마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꽃이 피어나고 있는 거리에는 어느 가게가 틀어놨을 벚꽃 관련된 노래가 울려 퍼졌다.매해 봄이 올 때마다 차트 인을 해서 일명 ‘벚꽃 연금’이라 불리는 노래를 듣고 있으니 가슴이 울렁울렁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땅에 착지한 남자 쪽으로 용의 꼬리가 빠르게 다가옴을 알아차렸다. 엘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용과 인간들을 향해 뛰면서 손을 휘둘렀다. 용의 꼬리가 남자를 박살내기 직전, 강한 보호막이 나타나 남자를 막았다. 남자는 자신이 위험했다는 걸 감지하지 못했는지 칼을 높게 휘둘렀다. 엘리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안 되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
"......" "진정하고 말 들어봐." 펠은 아까와 달리 사뭇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너 아직 열 아홉 살이야. 성인이 될 때까지 마력 컨트롤을 못한다고. 괜히 거기 가서 이상한 마법사 취급 받으면 어쩌려고." 엘리나는 걸음을 멈췄다. 다시 펠을 쏘아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짜증이 서렸다. "난 마족이 아냐." 이번엔 펠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성인이 되어...
시녀들은 막힘없이 한 마디씩 했다. “형편없죠.” “우리가 아가씨 어릴 때부터 무슨 사고 쳤는지 다 봤는데.” “물 마법 쓰셨다가 우리들까지 다 샤워시킨 건?” “바람 마법 쓰셨다가 본인이 날아가셨지.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지진 내서 기어코 정자 하나 망가뜨리시고.” 엘리나의 뺨이 점점 붉어졌다. 그녀는 ‘큼큼’하고 헛기침을 한 다음 점잖게 말했다. “...
시녀들이 얼른 일어나 카론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년은 여전히 아기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아기가 예뻐요." "손은 씻고 온 거냐?" 카론이 딱딱하게 말했다. "아기에게 병균 옮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멋쩍음을 느꼈다. 아기 같은 거 골칫덩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아기를 위해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지적하고 말았다....
* * * 마황 카론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여신을 보았다. 정확히 그의 눈은 여신이 안고 있는 아기에게 향해 있었다. 실크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은발과 통통한 장밋빛 뺨이 사랑스러운 아기였다. 하지만 카론은 아기를 보고 녹아내리는 표정을 짓는 대신 차갑고 무뚝뚝한 말을 흘렸다. “아기를 키우라고 하셨습니까?” “넌 언제 봐도 차갑기 그지없는 아이구나. 바늘로 ...
옛날, 옛적에 한 어여쁜 황녀님이 태어났습니다 은색 머리칼과 연두색 눈동자가 아주 인상 깊은 아기씨였죠 그리고 이 한 살도 안 된 아기가 보인 마법도요 네, 그건 아주 어마어마한 마법이었어요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 때마다 궁벽이 부서졌다면 믿으시겠어요? 어린 황녀님의 강력한 마력은 웬만한 대마법사보다 뛰어났답니다 문제는 아주 어리고, 어리고, 어려 마법 조절...
그는 자신의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먼저 입을 떼었다. “서로 방은 신경 쓰지 말도록 하지.” 지헌이 바라던 바였다. “어, 당연하지. 뭐 하러 네 방까지 신경 쓰겠냐?” “공동 구역은?” “공동 구역 뭐.” “거실, 부엌. 베란다, 욕실.” 혁우가 물었다. “청소업체 불러?” 지헌이 눈살을 찌푸렸다. “청소업체까지 부를 돈 없어.” “너한테 돈 받을 생...
“아무튼 위쪽에서 배려 해주겠다고 이야기 나왔어.” “안 그래도 된다니까.” “엄마, 좀.” “힘들어 죽겠는 애한테 어떻게 매일 오라 그러니. 안 그래도 바빠서 집안도 엉망일 텐데.” 지헌은 ‘여기서 집안이 왜 나와요!’라고 외치려다 참았다. 그의 어머니는 지헌을 만나기만 하면 집안 이야기를 했다. “청소기 밀기는 하니? 머리카락이 방에 득실득실하겠다.” ...
“무슨 소리에요, 진짜.” 지헌은 두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왜 이렇게 낙관적이야. 괴물이 계속 진화해봐. 그럼 우리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겠어요?” “정부는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미친......” “민지헌, 우리 공무원이야.” 팀장의 목소리가 씁쓸해졌다. “나라에서 까라면 까는 공무원.” “까라는 그 나라, 국민은 없나 보죠? 국민들...
혁우는 금방 원래의 컨디션을 찾았으나, 선배들은 바로 괴수 진압에 보내지 않았다. 전투에서 과로로 쓰러진 건 아직 신입이기에 컨디션 조절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혁우와 지헌은 전투에 나가는 시간에 개인 훈련을 가지게 되었다. 두 사람은 훈련장에서 마주쳤지만 서로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다. 간혹 혁우가 지헌을 힐끗 보았으나, 지헌은 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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